식당 등에서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유아용 의자에 앉은 아가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보고 있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잠깐의 선택이라 이해되지만 어디서나 작은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염려가 되기도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소아과학회는 2세 이하 유아들은 절대 전자기기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며, 2세~5세는 하루 한 시간 이하, 6세~18세는 하루2시간으로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PEDIATRICS Vol. 132, CPS 2010,2017)
캐나다의 아동치료 전문가 크리스 로완은 아래 내용들을 근거로 12세 미만 아동들은 두뇌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0~2세 유아의 두뇌는 세 배로 성장하고 21세가 될 때까지 급속도로 발전한다. (CHRISTAKIS 2011)
출처 : zone.ca
초기 두뇌 발달은 주변 환경의 자극 여부에 달려 있다. 휴대폰, 인터넷, 아이패드, TV 등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받는 자극은 실행 능력과 주의력 부족, 인지 발달 지체, 학습 장애, 충동성 증가, 울화 행동과 같은 자기 조절 능력 저하와 연관이 있다. (SMALL 2008, PAGINI 2010)
그래서 그런지 정작 실리콘밸리 IT업계 대표 인물들은 어린이와 자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스마트폰 사용에 관대하지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고교생·대학 자녀 셋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온 사실을 여러 차례 공개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영국 매체 미러와 인터뷰에서 그는 “자녀가 14살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식탁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또 취침 전에도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를 최초로 출시한 당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집에서 자녀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없다. 아이들이 집에서 IT 기술을 다루는 것을 철저히 제한한다”고 했으며 페이스북 창립 멤버이자 음원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Napster)의 공동창업자 션 파커도 한 행사에 참석해 “SNS는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착취한다”며 “오직 신만이 소셜미디어가 우리 아이들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었다. 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전 페이스북 부사장도 2017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자녀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을 금지했다”며 “페이스북 이용자는 자신도 눈치채지 못 하는 사이에 (페이스북에 의해) 프로그램화되고 조종된다”고 우려했다. 애플 CEO 팀 쿡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자녀는 없지만 조카는 있다며 자신은 아이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발언한 것이 가디언을 통해 공개 되기도 했다.
지난 해 초 뉴욕의 행동주의 투자회사 자나 파트너스(Jana Partners)와 캘리포니아교원연금(CalSTRS)은 애플에게 편지를 보내 부모들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사용 시간 또는 콘텐츠를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가 배리 로젠스타인이 설립한 자나 파트너스는 퀄컴과 미국 식품 회사들의 경영 전략 변경, 재무적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는 캠페인으로 유명한 투자회사다. 이 회사가 공중보건 문제를 활용해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교원연금은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금 펀드로 2017년 석탄화력회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펀드는 15억 달러 이상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염려하는 것은 부모들이다. 지난 해 콜로라도에 사는 다섯 아이의 아버지이자 의사인 팀 패넘은 13세 이하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다소 과격한 주민발의안을 위한 제안(Initiative 164)을 내기도 했다. 요건을 갖추지 못헤 의회 상정되거나 주민투표에 붙이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아이들의 과도한 스크린타임을 염려하는 학부모 그룹들의 캠페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waituntil8th.org 사이트를 운영하는 학부모들은 “8th”가 여덟 살이 아니라 8학년까지 스마트폰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8학년까지 피처폰으로 견뎌 낼 수 있는 아이나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모르겠지만…..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블로그에는 좀 다른 의견이 소개되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사용하지말아야 한다. 부모가 먼저 올바른 사용에 대한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과 충분히 대화하며, 자녀들의 스마트폰을 제한 /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옵션들에 대해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의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거나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최초로 전자기기를 만나게되는 현장엔 항상 부모가 있다. 부모가 늘 쓰는 모습을 보게되고, 심지어 보고 있으라고 자발적으로 켜주기도 한다. 뭐 그렇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