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의 가을은 예민한 계절이다.
학교 공부 하면서 대학 지원서를 완성하려니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다. 공통지원서 에세이 뿐만 아니라 지원 대학들마다 요구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글로 풀어내야하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SAT나 ACT까지 봐야한다면…..

대학 지원 과정 중 어느 하나 남이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지만 특히 에세이 대필은 심지어 불법이다.
글쓰기 실력은 단기 속성 완성이 불가능한 분야라 어렵기도 하지만 무엇을 써야할지 쉽사리 결정 할 수 없어서 더욱 고통스럽다. 내 글을 읽는 독자는 이미 정해져있고, 그 독자들은 취향을 도통 파악 할 수가 없는 까탈스러운 리더(reader)들인데다가 몇 년째 이런 종류의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치가 조물주급인 그들의 비위(?)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감도 안잡힌다. 12학년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16년 남짓한 인생 경험인데 그 짧은 시간에 있을만한 버라이어티한 경험은 제한적이고 그마저도 절반은 기억이 없거나 흐릿하다.

입학 지원서 에세이는 다른가?

입시 관련 에세이도 종류가 있다. 우선 SAT, ACT 시험의 에세이는 논리적인 글쓰기 위주의 시간 싸움이라면 지원서의 에세이는 논리를 기본으로 감성을 더해야 한다. 전자의 목표는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표현해야 한다. 더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작문이라는 형태인지라 글의 종류나 목적과 상관없는 기본은 잘 지켜야 한다.

예를 들면, 정해진 분량을 지키고 철자나 문법, 올바른 문장 부호 사용 같은 것들이다. 습관처럼 페이스북이나 텍스트 쓰듯 줄임말, 비속어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수업시간에 에세이 리뷰 기회가 있으니 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동네에서 공부 좀 한다는 언니 오빠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전문가를 만날 수도 있다. 이렇게 기술적인 면은 남의 손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를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인터넷 서치를 해보면 에세이 쓸 때 하라는 것과 하지말라는 짓들이 있는데 사실 그것도 짐작일뿐 개별 에세이에 대한 피드백 자료가 없기 때문에 정말 잘 쓴 에세이였는지, 에세이 때문에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린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이 뜬구름의 세계에서 그나마 공식적으로 공개된 학교 측의 의견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존스홉킨스 대학은 웹페이지에 꾸준하게 에세이 샘플과 코멘트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만 꼼꼼하게 읽어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것이다.

class of 2023, 올해 신입생들의 에세이가 총 6편이 실렸다. 각각에 대한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1. Jerry’s essay helped the admissions committee understand his background and how he persevered and grew through debate. Although we had already learned about Jerry’s enthusiasm for debate in other parts of his application, this essay gave so much more depth into why this activity is meaningful for him. Given what he shared in his essay, we can imagine Jerry being an active participant both in and out of the classroom.
  2. Madison’s fun writing style left the admissions committee entertained, but more importantly gave us insight into her outlook and personality. The essay illustrates her joy in trying new things and having diverse interests. This helps us understand how Madison would thrive in a liberal arts academic setting with lots of flexibility where she can find the unique cross-sections of her interests.
  3. Devon opens his essay with a story that is relatable to many: Struggling through a difficult activity (rock climbing in this instance) yet feeling determined to finish. The author effectively expands from this one experience to how his learning style has changed in the past few years. Through his essay, we get a sense of Devon’s growth mindset and can envision him continuing to develop as a student and individual once on our campus.
  4. Through her writing, Callie allows the admissions committee to better understand her approach to learning new perspectives. This essay highlights her personality and values and helps us imagine how she will collaborate with others throughout different spaces on campus in a diverse student body. By broadening her initial anecdote and having the majority of the essay focus on her reflections and takeaways, we were able to spend even more time learning about Callie.
  5. Rocio’s essay uses the tortilla-making story to introduce us to her sense of multiculturalism, an identity that is clearly important to her. By utilizing the example of struggling to cook well in the kitchen, the writer is able to effectively relate to readers of all ages and backgrounds. We believe that Rocio’s sense of perseverance will translate to her college experience as well.
  6. Akash does a great job of displaying his academic curiosity by introducing us to his experiences with topics like the periodic table, mathematical symbols, and coding, and how these all came together to lead him toward a passion for medical research. Rather than simply telling us what he’s interested in, Akash shows us his journey through a variety of academic fields in order to paint a picture of who he is today.

좋은 에세이란

일단 학교는 에세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성으로 학교 생활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대학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은,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정치적이거나 예민한 사회 문제를 쓰지말라는 일반의 충고와는 달리 LGBT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너무나 분명하게 쓴 4번째 에세이의 경우 학교는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한 글쓴이의 태도에 주목을 한다.
학교가 잘 쓴 에세이라고 제시한 글들의 공통점은 대단히 구체적인 경험과 표현이 들어 있다. 선천적 언어 장애를 극복하고 디베이트 팀에서 성장, 변화된 이야기라든가 친구와의 대화, 암벽등반의 경험 등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을 더 포괄적인 개념과 연결시켰다.

‘나는 호기심이 많으며 다양한 것을 공부하는게 좋다’라는 뻔한 이야기를 ‘평생 먹을 음식 하나만 고르라면?’ 같은 하찮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으로 표현해서 재밌다는 반응을 얻어낸 Madison의 “On Potatoes” 나 주기율표, 미적분 등 현란하고 복잡한 학문적인 단어들을 나열했지만 지식 자랑이 아니라 각각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서술해서 본인이 얼마나 학문적인 인간인지 어필한다.(Akash, “The Mechanisms of Collaboration”)
고난을 극복한 스토리는 자칫 흉하게 보인다. 세련되게 쓰지않으면 그저 동정심이나 이목을 끌기위한 불행전시에 그칠 수 있다. 감자를 좋아하는 매디슨은 엄마집과 아빠집을 오가며 자란 자신의 가정환경을 무심하게 썼다.
이민자로서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식상하니 안쓰는 편이 좋다고 하지만 Rocio, “Facing the Hot Griddle” 에세이는 토르띠아를 굽는 과정을 통해서 과테말라 문화를 가진 자신의 정체성과 이질적인 문화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르띠야는 미국인에게 이미 익숙한 음식이다. 한국계 아이가 잡채만드는 과정을 소재로 서술했다면….한국인들도 잡채 레시피는 잘 모를테니 소재를 선정할때 지극히 미국인적(?)인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갖춰진 글 재주가 없더라도 대학입학 에세이는 충분히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쓰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 멋진 비유가 없어도 학교측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딱 맞는 글을 쓰면 된다. (지구상 어디에서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입학사정관이 나의 과거 속 어느 한 장면에서 내 미래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자. 그 과거가 아쉽게 극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나의 발전 가능성을 옹호해 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없다. 너무 곱게 자라서 평화로운 나날만 이어져서 생각나는 사건이 없다면 어느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 할 수도있다. 손톱만한 작은 일을 우주를 구할 수 있는 지혜나 용기와 연결할 수 있는 뻔뻔함과 상상력이 있다면 도움이 될것이다. (좋아하는 K-POP 걸그룹을 소재로 쓴 어떤 청년을 알고 있다. 아이비 갔다)

Previous article명문대 진학률 높은 미국 고등학교 리스트
Next article미국 의대 진학을 위한 전공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