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독립기념일 아침 10:35
빈둥거리며 연휴를 누리고 있다가 익숙한(?) 지진보다 훨씬 더 큰 흔들림을 느낌.
지진 직후 6.6 (magnitude) 으로 발표되었다. 진앙지는 리지크레스트(Ridgecrest). 네바다 주 경계선과 가깝고, 데스밸리 아래 쪽 모하비 사막지역이다.
LA타임스는 이 지진이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1994년의 노스리지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이번 지진 지역은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었으며 피해도 경미한것으로 보고되었고 이후 크고 작은 여진들이 이어졌지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나중에 지진의 규모는 공식적으로 6.4로 조정되었다.
여기까지는 그저그런 캘리포니아의 일상.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 저녁  8:20
전날 오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흔들림이 시작됐다. 지속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고, 잠시 멈췄다 다시 흔들리는 것이 이상하고 불안했다. 7.1의 대지진이었다. 진앙지는 목요일의 진앙지에서 11마일 떨어진 곳.
가장 무서운 것은 처음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이틀 연속으로 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뒤에 온 것이 더 큰 지진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큰 지진 뒤 따라오는 여진들은 크기가 작았다. ‘지금까지 이런 지진은 없었다. 이것은 빅원인가 아닌가…’ 
LA다저스와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경기가 한창이어서 지진 상황이 한국에도 생중계된 모양이다. 디즈니랜드와 LA 영화관에서는 사람들이 대피했고,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NBA 여름리그 게임은 잠시 중단됐다고 한다. 북쪽으로는 새크라멘토와 남쪽 멕시코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큰 지진은 20년 만의 기록을 36시간 만에 바꿨다.

전문가들은 규모 6.4인 4일 지진이 전진(前震)이고 규모 7.1로 측정된 5일 지진이 본진(本震)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칼텍의 지진 전문가인 톰 히튼은 금요일 밤 지진이 목요일 지진 북서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균열이 생긴 길이는 약 10~15마일, 지진 발생 시간은 약 7초로 목요일의 지진보다 훨씬 더 커서 총 에너지가 약 8배 더 방출됐다고 한다.
이번 지진은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지진대인 샌 안드레아스(San Andreas fault) 단층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7월 4일 지진 후 전문가 루시 존스는 LA타임스를 통해 샌아드레아스 지진대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여전히 빅원에 대한 가능성은 줄어들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앞으로 며칠 동안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20분의 1 정도라고 했는데…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DROP, COVER, HOLD ON!

지진시 기억해야 할 것은 세 가지. `땅에 엎드려(drop), 숨어서(cover), 60초간 기다린다(hold on)’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진이 발생하면 포복 자세로 몸을 낮춰 엎드려 책상이나 테이블 등 머리를 가릴 수 있는 공간에 몸을 숨긴 뒤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기둥 등을 붙잡고 기다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진대 위에 살고 있는 캘리포니안들은 10년 넘게 대규모 지진대비 훈련을 해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셰이크 아웃(Great California Shakeout) 이라 부르는 이 대피 훈련은 매년 10월 셋째 목요일에 캘리포니아 전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2008년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처음 실시된 후, 캘리포니아 전역은 물론 네바다·오리건·애리조나 등 미국 내 지진 위험지역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확대 실시되고 있다. 훈련은 각급 학교와 기업체들에서는 지진 발생 시 책상 밑에 몸을 숨기는 훈련을 하고, 병원과 소방당국은 진도 7.8 이상의 지진 발생을 가정하고 지진 피해자들을 수색하고 구조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모의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빅원(Big One)은 올까?

지구상에는 지진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다고 한다. 지구 내부의 맨틀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지표 밖으로 분출되는 곳으로, 지진과 화산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지진대와 화산대로 부른다. 알려진 지진대로는 환태평양지진대와 알프스-히말라야지진대 그리고 해령지진대가 있다. 화산대와 지진대의 분포는 대체로 일치한다. 이 가운데 환태평양 지진대는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 태평양 연안 지역에 이르는 무려 4만km에 달하는 고리 모양, 또는 말발굽 모양으로 생겨 ‘불의 고리'( Ring of Fire)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불의 고리는 가장 거대한 두 개의 지각판인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서로 맞물리는 경계지역에 있어서 언제든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전 세계 지진의 약 90%가 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강진의 81%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했다. 또 불의 고리에는 약 452개의 화산이 있는데 전 세계 활화산의 75% 이상이 이곳에 몰려 있다.

그런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은 대체 무엇인가.
지구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 있다. 수많은 관측과 증거들을 통해 확고한 이론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아직 과학 법칙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자연재해와 지진 등 지구의 활동을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중요한 이론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둥근 지구의 표면은 여러 개의 거대한 암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80km에서 100km 두께에 달하는 이 거대한 암반을 지각판, 지각, 또는 그냥 판이라고도 하는데 이 지각판은 크게 남극판과 남미판, 북미판, 아프리카판, 유라시아판, 카리브판, 코코스판, 인도-호주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등으로 구분한다.  이 거대한 지각판들은 대류에 의해 밀리기도 하고 에너지를 응축하면서 판과 판끼리 부딪히거나 멀어지는 등의 지각 활동을 한다. 
판과 판이 어떻게 움직이고 부딪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도 달라진다. 두 개의 판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이 두 개의 판은 서로를 강하게 밀면서 산의 형태를 형성한다. 히말라야 산맥이나 로키 산맥 같은 거대한 산맥들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한 판이 다른 한판 밑으로 들어가면 땅이 움푹 꺼지는 침강지역이 만들어지면서 갈라지고 녹는 현상 같은 게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올라오며 화산이 분출하기도 한다. 또 만약 두 판이 서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면 단층이 만들어진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대표적인 단층이다. 지진은 거대한 지각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 세 가지 상황 모두에서 다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일 지진이 규모 7을 넘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빅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USGS(미 지질 조사국)와 칼텍 지질연구소(CSL)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연쇄 지진으로 향후 남가주에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CSL의 더그 기벤 연구원은 “이번 4, 5일 지진으로 캘리포니아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에서 ‘빅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시기도 빨라졌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는 확률이 낮아 졌다는 내용으로 언론과 인터뷰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건지…
주 지사는 이번 지진이 웨이크 업 콜이 되어 지진 대비를 더 철저하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건물들의 내진 보강 공사와 콘크리트 건물에 대한 대책은 예산 문제와 맞물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만약 또 다른 큰 지진이 온다면 꼭 와야 한다면…사람이 거의 살지않는 곳으로 찾아 오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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