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 발생한 발생한 LA 북서쪽 새들리지 산불 뿐만 아니라 인근 몇 건의 산불은 당시 산타애나 바람이라고 불리는 강풍을 타고 확산되었다. 캘리포니아 주민을 위협하고 경제적인 손실을 입히는 산불은 산타애나 바람이 부는 시기에 자주 크게 발생하는데 실제로 산불이 발생하는 자연적인 조건 중 하나로 이 계절풍을 지목한다.

산타애나 바람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모하비사막과 인근의 그레이트베이슨(대분지)에서 만들어진 고기압이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의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넘어오면서 건조하고 거센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을 향해 부는 계절풍이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높새바람, 푄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푄은 폰(fon)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고트어로 ‘뜨거운 불’을 의미하며, 푄 바람이란, 산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푄 현상(Föhn)은 바람이 산 표면에 닿아 그 바람이 산을 넘어 하강 기류로 내려와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그 부근의 기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위키백과)

산타애나 바람은 작은 불씨도 큰 화재로 키우는 역할도 한다. 보통 시속 50∼70km의 속도로 강풍이 불면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 진화가 불가능하다. 이 고약한 계절풍이 샌타 애나라고 불린 기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샌버나디노 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에 걸쳐 있는 샌타 애나 캐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1번 프리웨이가 차 뿐만 아니라 바람의 길이기도 한 셈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토마스 스웨트넘 교수는 2008년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가 미국 서부 지역의 평균 기온을 일도 정도 올려 놓았는데, 그 결과, 온도가 오르기 전과 비교해, 산불 발생 건수가 네배가 늘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초대형 산불 발생의 빈도가 늘어날 것이고 그 지속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당국의 발표를 보면 1932년부터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9개는 2000년 이후에 발생했고 5개는 2010년 이후였다고 한다.  기상 당국 역시 역대 10대 산불 중 4개가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났다고 발표한바 있다.

지난 해 최악의 산불을 겪었던 전력을 공급하는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은 일부 지역에 단전조치를 취하는 등 산불 예방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폰타나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가 바짝 마른 수풀에 옮겨 붙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1명의 사망자와 17채의 주택 손실을 가져온 실마지역의 새들리지 산불 역시 14일 현재 고압선 타워에서 발화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SCE가 단전 조치를 취한 지역은 LA 카운티 일부와 벤추라, 샌버나디노, 컨 카운티 일대다. 북 캘리포니아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비롯해 나파, 소노마 카운티와 중부 센트럴밸리, 시에라네바다 풋힐스 등지에 광범위하게 단전 조치가 내려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0일 ‘The California dream is over. What comes next?’라는 제목의칼럼에서 며칠씩 이어지는 단전이 된 캘리포니아 상황을 염려(인지 비아냥인지)하기도 했다.

전선을 다 지중선(땅에 묻는)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무식한 방법으로 예방을 하겠다는 것인데…단전으로 인한 손실과 불편은 또 어찌하려는 것인지.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정말 꺼진 불에도 물 한번 더 끼얹는다는 조심스러운 자세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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