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들
뉴욕에는 9개의 공립 영재 학교,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있다. 예술분야 영재 학교인 Fiorello H. LaGuardia High School of Music & Art and Performing Arts 는 포트폴리오 제출과 오디션을 통해, 나머지 8개 학교는 영어와 수학 두 과목으로 구성된 SHSAT(Specialized High Schools Admissions Test) 라는 통합 입학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과학과 인문학, 기술 등의 분야로 특화된 8개 학교는 다음과 같다.
The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The Brooklyn Latin School
Brooklyn Technical High School
High School for Mathematics, Science and Engineering at City College of New York
High School of American Studies at Lehman College
Queens High School for the Sciences at York College
Staten Island Technical High School Stuyvesant High School
아시안이 문제?
입학 시험은 뉴욕시 교육부에서 주관하며 뉴욕시에 거주하는 8학년과 9학년(제한적)에게 제공된다. 그러나 최근 이 시험을 둘러싸고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입학시험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결과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비율은 낮아지고,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이어지는 인종 불균형 문제이다.
뉴욕시 특목고는 공립학교이므로 무상교육을 제공한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사회 계층 이동의 통로가 되었다. 실제로 8개 특목고 중 선호도1위의 스타이브슨트 학교는 내셔널 메릿 장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며 아이비리그를 포함 명문대 진학률과 커리큘럼 등이 미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뉴욕시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영재학교의 2019~2020년도 합격자는 총 4천798명으로 이 가운데 아시아계가 2천450명으로 51.1%를 차지했고 이어 백인 28.5%(1천368명), 히스패닉 6.6%(316명), 흑인 3.9%(190명) 순이었다. 스타이브슨트에서는 아시아계 비율이 60%를 넘었다. 신입생 895명 가운데 아시아계가 65.6%(587명), 백인 21.7%(194명), 히스패닉 3.7%(33명), 흑인 0.8%(7명) 순.
이처럼 아시안에 편중된 입시 결과는 분열과 논쟁을 일으켰다. 시험을 통한 선발제도의 문제점은 고액의 사교육으로 시험을 준비한 부유층의 자녀들과 저소득층 가정의 우수한 학생들의 경쟁이 과연 공정한것인가 하는 점이다.
뉴욕시의 영재 선발 과정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DREAM과 Discovery 가 있다. DREAM은 Determination, Resiliency, Enthusiasm, Ambition, Motivation의 첫 글자를 모은 명칭이며 뉴욕에 거주 하는 7학년들에게 토요일과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8학년에 치를 SHSAT 시험 준비를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성적과 가정의 소득에 따라 선발된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은 특목고의 전체 입학생 중 최대 20%를 합격 커트라인에 미달한 저소득 가정 학생에게 여름방학 특별과정을 이수하고 재시험을 통해 입학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뉴욕시 교육부는 특목고의 인종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디스커버리를 통한 특목고 입학 정원을 지난해의 252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고, 저소득 학군 출신 학생의 입학률을 늘리기 위해 프로그램 지원 자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올해 디스커버리 프로그램 대상자도 아시안이 498명(54%)으로 제일 많으며 그 다음으로 히스패닉 169명(18.3%), 백인 135명(14.6%), 흑인 109명(11.8%)순이었다. 2018~2019학년도에는 아시안이 64%였으며, 그 전 학년도에는 67%였다.
갈등과 혼란
사회의 논란이나 갈등을 확대시키는건 언제나 정치인들의 역할이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해 6월 이 시험을 폐지하고 7학년 때의 영어와 수학, 소셜 스터디, 과학, 주 수학(state math), 영어(ELA) 점수를 특목고 입학생 선발기준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누가 찬성을 하고 어느 그룹이 반대를 했는지는 굳이 쓰지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욕시 특목고의 입학 시험을 통한 선발은 법으로 정해진 사안이다. 1971년 뉴욕 주 의회는 헥트-칼랜드라법(the Hecht-Calandra Act)을 제정하고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Brooklyn Technical High School, Stuyvesant High School 세 학교의 신입생 선발은 시험을 통해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당시 백인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이 학교에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입학을 늘리려는 존 린지 시장의 정책에 쐐기를 박는 것이었다. 이후 블룸버그 시장이 5개의 특목고를 더 지정했다. 따라서 스타이브슨등 3개 학교는 뉴욕주 법이 개정돼야 특목고 시험을 폐지시킬 수 있는 반면 5개 학교는 뉴욕시장의 재량으로 입학생 선발방법을 변경할 수 있는 셈이다. 현실이 이렇자 뉴욕시 특목고 입학 시험에 뉴욕 주 의원들과 쿠오모 주지사, 드 블라지오 시장의 정치적 공방까지 더해졌다.
그 사이 뉴욕시 특목고에 불합격한 학생 7명은 지난 4월 뉴욕시 특목고 입학시험(SHSAT)에서 합격 점수에 근접했지만 뉴욕시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 때문에 불합격 처리됐다고 주장하며 주교육국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매리엘렌 엘리아 주교육국장은 9월 기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해 12월에도 중국계 학부모 등이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이 아시안에 대한 차별이라며 연방 맨하탄지법에 소송을 제기 하기도 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문가 집단, 일반 시민들까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자 드블라지오 시장은 지난 달 SHSAT 폐지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인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후 뉴욕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특목고 학생 인종다양화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 신설을 내용으로 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TF는 뉴욕시장, 뉴욕시의장, 뉴욕시교육감과 뉴욕시장이 지명한 10명, 뉴욕시의장이 지명한 4명 등 17인으로 구성되며 공청회와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아시안을 비롯한 전체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5월까지 특목고 인종불균형 문제 해결책에 대한 권고안을 뉴욕주의회에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