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특히) 미국 언론이 지난 12일 나사의 발표로 설렌 분위기다.
미국은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으로 한국은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계) 우주인 탄생에 관심이 모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우주정책지침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유인 달 탐사를 한 이래 45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다. 우선 달 궤도를 무인 비행하는 아르테미스 1호가 올해 발사되고 이어 2022년에 발사되는 2호에는 우주인들이 탑승해서 유인 달 궤도 비행을 한다. 2024년에 발사되는 아르테미스 3호를 탄 우주인들은 달착륙을 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달에 기지 건설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달 정거장, 달 기지를 발판으로 2033년 화성을 유인 탐사 하겠다는 원대한 플랜이다.

이러한 우주탐험 계획을 완수할 우주인들 선발이 마무리 되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 조니 김이 있다.
우주비행사, 하버드 의대 출신 닥터 같은 단어들이 섞여 드러난 결과는 화려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니 김은 엄친아, 엘리트 코스와는 약간 다른 길을 걸었다.

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LA 험악한 동네 사우스 센트럴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1992년 로드니킹 사건으로 촉발된 LA폭동의 희생자였다. 2017년 NBC 뉴스에 따르면 폭동으로 2,200개 이상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약탈, 파괴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때를 매우 어려웠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거친 생각과 불안 눈빛’의 청소년이었던 조니는 군 입대를 통해 삶의 변화를 꿈꿨다. 산타모니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02년 사병으로 해군에 입대 했다. 지옥 훈련을 견뎌내고 샌디에이고에 있는 해군 특수부대인 NAVY SEAL3 팀에 합류했고 이라크로 파병되어 2006년 캠프 라마디에서, 2008년 바그다드와 사드르 시티에서 전투를 치렀다. 그는 의무병과 저격수, 척후병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무공 훈장을 두 개나 받았다. 메딕으로 복무할 당시 자신의 곁에서 부상 당하고 죽어가는 전우들을 무기력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전쟁터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어야겠다 결심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 돌아와 학사학위 취득을 위해 샌디에고 대학(University of San Diego)에 진학하고 임관을 했다. 수학을 전공했는데 공부도 전투적으로 했는지 3년 만에 우등으로 졸업해서 하버드 의대에 진학한다. 2016년 의대 졸업 후 보스턴의 메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에서 응급의학 수련의 과정 중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1만 8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가운데 1600 대 1의 경쟁을 뚫은 11명이 훈련 과정을 마치고 이제 정식 우주인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 합격 당시 나사 인터뷰 영상, 출처 : NASA Johnson (나사 유튜브 채널)

이번에 최종 선발된 13명 중 조니 김을 포함한 11명은 NASA 소속, 나머지 2명은 캐나다우주청(CSA) 소속이다.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에서 열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수료식에 참석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조니 당신은 하버드대 의대 졸업장을 가진 네이비실 요원이어서 사람을 죽일 수도, 다시 살릴 수도 있다. 우주에서 그 두 가지 일을 다 해 달라” 는 유쾌한 덕담을 건냈다.

한국에 ‘꽃길만 걸으라’는 축복의 인사가 있다. 인생이 특히 내 아이들의 삶이 늘 아름답고 편안하면 좋겠지만 냉정한 현실은 소망을 외면하기 일쑤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또 그런 사람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발바닥에 굳은 살도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어쩌면 더 의미있는 삶이 되지않을까 싶다. 이민가정의 전형적인 모습과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 스토리인 조니 김의 이야기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세 아이의 아빠인 조니 김의 큰 아이가 아빠를 걱정하며 울었다는 기사도 보았다. 그가 달도 화성도 모두 무사히 잘 다녀 오기를 기원한다.

*한국 언론에 최초의 한국계 우주인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사실은 두번째로 나사에 의하면 2012년에 은퇴한 마크 폴란스키(Mark Polansky)가 최초의 한국계 우주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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