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 승리였던 1심 재판 이후 즉시 항소했던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 은 최근 항소심 심리 일정이 지연되자 연방 제1 항소법원에 재판 일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 해 10월 1일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앨리슨 데일 버로스 판사)은 하버드대가 아시안 지원자들에게 의도적인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버드 대학이 제출한 서류를 통해 입학심사 시스템이 공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한 해 하버드대학의 지원자는 4만 명이 넘는다. Class of 2023은 총 지원자 43,330명 가운데 합격자는 2009명이었고 이 중 1,650이 입학했다. 일드율(Yield rate)은 82.1% 였으며 웨이팅리스트에서 65명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아시안계 학생의 비율은 25.3%였다. 수 만 명의 우수한 학생들 중에서 하버드는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심사를 하는지 살펴보았다.
STEP1: SORTING , SCORING
한 명 또는 두 명의 심사관이 학생의 지원서를 읽고 요약시트에 코멘트와 등급을 매겨 기록한다. 지원서는 dockets 이라 부르는 약 20개의 지역별 그룹 파일로 나눠 분류하는데 지역 사정에 밝은 심사관들에게 배정된다. 이 뜻은 심사관들이 지원자들의 고등학교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원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 학생들은 A,C,Z 3개의 파일에 배정되며, 텍사스 거주 지원자는 Docket D 라벨이 붙은 파일에 포함된다. 지원자 수가 많지않은 주는 여러 주가 하나의 Docket에 속하는데 버지니아, 메릴랜드, 델라웨어, DC는 Docket I에 해당된다.
First reader 라고 부르는 이 과정의 심사관들은 학업성적, 과외활동, 운동 그리고 “퍼스널”(academic, extracurricular, athletic and personal) 영역에서 학생들을 1~4 등급으로 평가한다. 1등급이 가장 우수한 그룹이며 같은 등급이라도 +와 -로 구분한다. 그리고 4개 항목의 평균이 아닌 별개의 예비 종합점수를 준다. 퍼스트 리더의 합격 불합격의 의견이다. 특히 수학이나 예술 분야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해당 분야 교수인 Second reader 에게 보내진다고 한다. 교사추천서도 등급이 매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TEP 2: SUBCOMMITTEE
4~5인의 심사관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배정된 지원서들과 동문 인터뷰 리포트의 리뷰를 마치면 전체 회의를 열어 다음 단계로 진출할 학생들을 선발한다.
STEP3 : 40 COMMITTEE
40인의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입학사정 위원회는 3월에 2~3주 동안 토론과 투표를 통해 합격-불합격-대기자로 결정한다.
STEP4 : LOP
최종 과정은 가지치기 “lop” 이라 부르는 인구통계학적 고려를 한다고 하는데 신입생 전체 구성의 균형을 맞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lopped 범위에 따라 잠정적으로 합격자 그룹에 있던 학생이 대기자가 되거나 탈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원자의 5가지 정보-이름, 가족, 인종, 운동, 재정지원여부-에 근해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하버드의 뒷문
하버드 입학사정에 성적이나 학생이 노력으로 성취한 업적 위주로 한 평가 이외의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그 첫번째가 TIPS다.
전체 입학사정 과정에서 특별하게 관리 되는 그룹이 있다. 하버드의 입학사정 핸드북에 따르면 팁은 소수계, ‘하버드와 래드클리프의 부모(레거시)’, 기부자 친인척, 교수 및 직원 자녀 그리고 선발된 운동선수 5개의 그룹에게 주는 가산점이다. 레거시 학생들의 합격률은 34%이며 비레거시 지원자는 6%다.

두번째는 DEAN’S LIST (입학처장 리스트)다.
딘스 리스트 하면 대부분 일정 GPA을 넘은 우등생 그룹으로 생각하지만 하버드 입학사정에서 딘스리스트는 다른 의미다.
오랜 시간 하버드의 입학처장인 윌리엄 피츠시먼스 William Fitzsimmons 는 “dean’s interest list” 또는 “director’s interest list.” 라 부르는 명단의 존재를 인정했는데 원고측 변호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What is the dean’s interest list?” “‘입학처장 리스트가 뭡니까?”(변호사)
“The dean’s interest list is something that I would use to make certain that I’m aware of what eventually might happen to that application” “지원서(지원한 학생)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확실하게 인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겁니다.”(윌리엄 피츠시먼스 처장)
“if a candidate is of interest to a donor to Harvard, is that something that might land them on the interest list?”
“하버드대 기부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지원자라면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습니까?”(변호사)
“It is possible.” “가능합니다.”(피츠시먼스 처장)
몇 차례 질의가 오고 간 뒤에 처장은 동창회 및 기금조성 관련 부서와 협의하여 별도의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 규모가 클수록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원자들 인터뷰를 진행하는 자원봉사를 하는 동문들 역시 “딘스 리스트”에 자신의 자녀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딘스 리스트는 한마디로 별도 관리되는 학교 기부자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학교와 관련이 있는 지원자 특혜 명단이다.
세번째는 Z LIST다. 딘스 리스트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뒷문 입학방법이다.
이 명단은 학문적으로 경계선상에 있지만 하버드가 합격시키고 싶은 지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1년간 유예(deferred admission)하는 조건으로 입학이 보장된다고 한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년에 약 50~60명의 학생이 Z-list를 통해 입학했다. 그들은 대부분 백인이고 레거시거나 딘스 리스트에 있는 지원자들이었다.
월스트리트 교육 담당 기자시절 미국 명문대학들의 입학사정 실태에 대해 방대한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명 저널리스트 대니얼 골든(Daniel Golden)은 그의 책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원제 The Price of Admission)’에서 Z리스트 대상자였던 실명의 합격 사례를 들어 Z리스트를 설명했다. 또 UC버클리의 로버트 버지노(Robert Birgeneau) 전 총장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한 대학을 조사해 본 결과 전체 정원 중 어떤 특혜도 없이 지원하는 학생은 전체 정원의 40%에 불과했다는 조사결과를 소개하는 등 입시제도의 불편한 진실을 지적한다.
하버드의 입학심사 과정이 공개되자 1,2 등급은 어떤 수준의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지에 촛점을 맞춘 기사와 글들이 많았다. 그런데 들여다 보면 볼수록 하버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능’-에는 특별한 재산을 가진 부모 또는 친인척-이 있는 아이들 중에 하버드가 좋아하는 아이가 합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SAT, GPA 만점인 아시안을 선발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성적에 대한 의미와 비중이 서로 다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