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입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표준화 시험은 ACT와 SAT다. 이 중 SAT 시험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The College Board) 19일 선택사항이었던 에세이 섹션과 수학과 언어, 과학 등 개별 과목시험인 SAT 과목시험 (SAT Subject Tests, SAT II)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SAT 2 서브젝트 테스트의 미국내 시행은 즉각 중단하고, SAT 본 시험의 선택적 에세이 부분도 오는 6월까지만 제공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앞으로 SAT 본 시험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대폭 개정하고 오는 4월에는 SAT 본 시험의 개정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시험장 폐쇄가 반복되며 표준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칼리지보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SAT 시험응시 건수는 220만 건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시험장소가 대부분 폐쇄되면서 이중 90만 건만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학들은 잠정적 또는 영구적으로 표준화 시험 점수 제출 의무조항을 선택사항으로 변경했다. 2021년에도 전염병 대유행 상황은 나아지지않고 있어 당분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러가지 SAT 시험과 관련된 변화 중 2005년 에세이 섹션 등장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선택사항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한 상위 대학의 지원자들은 대부분 에세이 점수를 제출해서 선택아닌 선택 항목이었다. SAT 과목시험의 다양한 언어시험에는 한국어도 있어서 한국계 학생들에게는 800점 만점을 위한 전략과목이기도 했었다. 표준화 시험이 인종과 계급 격차에 따라 불평등을 확대시킨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환영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적지않은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SAT 과목시험은 특정 전공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 항목인 경우가 많았다. 이공계 지원자들의 경우 SAT Subject Tests수학과 과학시험 점수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Boston University의 경우 BS/MD 또는 BS/DD 학위 과정 지원자들은 Math Level 2, Chemistry 과목 시험 점수를 제출해야 했으며 외국어 시험점수 제출이 권장사항(recommend)이었다.
AP와 GPA가 중요
SAT 서브젝트 테스트는 지난 2017년 22만 명의 학생들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과목에 응시했지만 최근 해마다 점차 응시 건수가 감소해왔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AP과목 개설 확대와 높아진 AP시험의 비중을 지목한다. 칼리지보드의 데이빗 콜먼 회장도 “AP시험이 더 융통성 있고 폭넓게 학생 개개인의 학업우수성 변별력을 제공한다”며 “폭넓은 AP 프로그램으로 SAT 2 서브젝트 테스트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AP시험 주관사도 역시 칼리지보드다.
SAT 과목시험이 사라지면 대학측은 입학사정에서 필수사항이었던 과목시험 점수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결과적으로 AP과목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AP 경쟁이 빚은 더 많은 AP과목 수강은 GPA관리를 어렵게 만들것이다. 수학의 경우 중학교-초등학교 수학트랙까지 영향을 미친다. 표준화 시험이 줄거나 사라졌다고 해서 저소득, 일부 인종에 유리햐졌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칼리지보드의 발표를 보며 미국의 대학입시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이 정부의 철학이나 정책보다 사기업과 다름없는 비영리기관의 경영전략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