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독서의 날’은 여러개다. 9월 6일이 공식적인 독서의 날(National Read a Book Day)이라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8월9일은 National Book Lovers Day 독서 애호가의 날이며 해마다 3월 2일은 1977년 미국교육협회가 지정한 책 읽는 날인 ‘리드 어크로스 아메리카 데이(Read Across America Day)’다. 이 날은 특히 학교 차원에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데, 미국교육협회가 ‘범국민적 책 읽기 운동’을 위해 특별히 3월 2일을 선택한 이유는 이날이 그 유명한 닥터 수스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계인의 독서 증진과 지적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1995년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이다.
‘닥터 수스’라는 필명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Theodor Seuss Geisel, 1904~1991)은 2008년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고 발표한 <초록 달걀과 햄(Green Eggs and Ham,1960)>의 작가다.
가이젤의 작품과 저작권을 관리하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2일 성명을 내고 닥터수스 시리즈 6권에 대한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판매가 중단되는 책은 다음과 같다.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
If I Ran the Zoo
McElligot’s Pool
The Cat’s Quizzer
Scrambled Eggs Super!
On Beyond Zebra!
이 책들은 잘못되고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묘사한다며 그동안 교사와 학계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몇 달 간 논의를 한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으며 전문가들과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가이젤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왔다. 캔사스 주립대의 필립 넬(Philip Nel) 교수는 그의 세 권의 책을 통해 닥터 수스의 인종차별적인 경향을 지적했다. 가이젤의 고향인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 필드(Springfield)에는 그를 위한 박물관이 있다. 1800년대 지어진 스프링필드 박물관을 지난 2017년 6월 닥터 수스 박물관(The Amazing World of Dr. Seuss Museum)으로 바꿨는데, 박물관 오픈을 기념하며 개최한 어린이 도서축제에 3명의 동화작가(Mike Curato, Mo Willems and Lisa Yee)가 참가를 거부했다. 박물관 입구 벽에 그린 닥터 수스의 그림을 문제삼았다.
이번에 판매 중단된 ‘멀베리 거리에서 본것 같아(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는 1937년에 출판된 닥터 수스의 첫 작품으로 중국인으로 묘사된 인물이 등장 한다. 원본에는 ‘Chinaman’으로 되어 있는데 이후 동양인을 비하했다는 항의를 받고 작가는 Chinese man으로 바꿨지만 변발을 하고 작은 눈을 가진 남자가 젓가락을 들고 걷고 있는 그림은 달라지지 않았다.

또 2017년 당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책 읽는 날(National Read a Book Day.)’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10권의 책 선물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초등학교 사서가 “인종주의적”이라고 거부하기도 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가능하면 더 많은 어린이들이 책을 읽도록 돕기 위해 교육부가 각 주별로 선정한 학업 성취도가 높은 초등학교 1곳마다 10권씩의 책을 선물로 보냈는데 케임브리지포트(Cambridgeport) 초등학교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선물한 10권의 책들은 ‘네가 갈 곳(Oh, the Places You’ll Go)’을 포함해 닥터 수스(Dr. Seuss)의 그림책 10권이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리포트 초등학교의 사서 리즈 핍스 소에이로(Liz Phipps Soeiro)는 멜라니아에게 보낸 서한에서 “닥터 수스의 그림책 그림들이 인종주의적 개념들을 담고 있으며 위험한 천편일률적 생각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선물을 거절했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 작품이라도 시대 정신에 따라 재해석과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