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화학(organic chemistry) 공부 이렇게

의대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유기화학은 어마무시한 허들이다. 유기화학 자체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유기화학을 weed out 수업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유기화학 1 첫 수업 때는 강의실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계단에까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첫 미드텀 후 이상하게 자리가 비어 보였고, 마지막 시험 무렵에는 강당 의자까지 많이 비었다. 

지난 가을 뉴욕대(NYU)에서 유기화학 교수가 학생들의 등쌀에 해임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수업이 너무 어렵고 점수를 잘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수강생 350명 중 82명이 존스 박사를 비판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존스 박사는 유기화학의 교과서의 저자이며 예일대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다 은퇴 후 뉴욕대에서 계약제 교수로 강의 하고 있었다.
존스박사는 애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요지의 반박을 했지만 학교 측은 존스 박사의 수업에 D와 F 학점이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판단하며 학생들 편을 들어줬다. 학교 랭킹 떨어질거란 협박도 먹힌것 같다. 결국 22년 가을 학기 존스 박사와 재계약하지 않았으며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소급해서 수업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교수를 쫓아내고, 대학이 외부 평판에 눈치를 보게 만드는 유기화학의 점수가 문제인 이유는 바로 의대입시 때문이다. 의대라는 꿈을 품은 학생들에게는, 유기화학이라는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공부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그냥 외워서 되는 과목이 아니다 

한 미드텀에 나오는 컨셉트와 문제의 양은 어마무시하다. “그냥 외워버리자” 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을 것이다. “그냥” electron이 여기로 가고, double bond가 여기 생기고… 그냥 외우기만 한다면 시험 당일날에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교수들은 주로 쉽고, 베이직한 문제들을 숙제나 연습문제로 내준다. 왜냐하면 수업에서 가르친 이론을 적용하려면 쉽고 기초적인 문제들로 시작하는게 좋으니까. 그러나 정작 시험에는 그 무서운 “응용” 문제들이 나온다. 원소 이름은 다르지만, 연습문제에 나온 원소와 특성이 같은 원소들이 자주 나온다. 아무생각 없이 줄만 그리고 외우다가 시험 당일날에는 “엥?”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교수님들은 가르친 이론을 어떻게 식별하고, 응용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시험 날에는 처음 보는 원소를 쓰기도 하고, 왠지 많이 본것 같은데 이상하게 다른 식으로 나올때가 많다. 이럴때면 시험장에서 나오는 말이 “이 시험 뭐야?”라고 혀를 내두른다. 
유기화학의 아름다운 점은 원소들은 항상 정해진 법으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 반응을 “외우는”것 보다는 “” 이 원소가 이렇게 반응하고,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해를 해야한다. 이 이해를 해야, 새로운 문제, 원소는 다르지만 같은 특성인 원소에 대한 문제를 풀때, 멘붕이 안오고 침착히 대응할 수 있다. 

2. 교수님에게 물어보는걸 무서워하지 말자

교수마다 “office hour”라는 시간이 있다. 교수님이 자기 오피스에서 학생들 질문이나, 힘든 점 등을 받아주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정말 금쪽같은 시간이다. 큰 강당에서 듣는 수업일수록 교수님이 멀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office hour는 주로 1:1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수업 시간에 묻지못했던 질문이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풀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다른 학생들이 함께 있는 경우라도, 교수님이 보드에서 문제를 같이 풀고, 짧은 렉쳐도 하기 때문에, 정말 유용한 시간이 될수 있다.
시험 전 뿐만 아니라, 시험 후 office hour 도 매우 중요하다. 시험 후, 시험지를 가지고 교수님을 찾아가면, 시험 칠때 멘붕이였던 문제를 같이 풀고, 자신에게는 왜 어려운 문제였고, 교수님이 어떻게 문제를 베베꼬았는지 어렵게 출제했는지 알 수 있다.이러면서 교수님의 성향을 알게되면 나중에 기말고사때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의대 진학에는 ”추천서“가 필요하다. 프리메드라면 큰 수업들이 많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좋은 추천서를 받아야하나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 수 많은 학생들중에 어떻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까? 바로 office hour다.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꾸준히 오피스 아워에 가면, 교수님과 더 두터운 관계를 가질 수 있고, 덤으로 공부에 도움도 된다.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학생은 100점만 맞는 학생이 아니라, 자기 과목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 학생을 좋아한다. 자기 오피스 아워에 찾아와서 더 배우려고 노력하고, 열심히하는 학생에게 나중에 추천서를 써준다면, 쓸 것도 많고, 더 잘 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대학 3학년을 들어가면서, 과학 추천서가 필요했다. 거의 다 큰 수업이라서, 처음부터 마음을 잡고 매주 물리학 2 오피스아워를 가기로 결심했다. 덕분에 교수님이랑도 친해지고, 점수도 잘나오고, 추천서도 잘 써주셨다. 추천서를 ”노리고“ 가는 것은 좀 그렇지만, 오피스아워를 통해 얻는 것은 좋은 학점뿐만은 아니라는것을 알려주고 싶다

Previous article팬데믹세대 학력저하
Next article순위 매기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