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뉴스 랭킹 탈출버튼 누른 학교들
24일 스탠퍼드,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들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News & World Report 랭킹(이하 유에스 랭킹)에 자료를 주지 않겠다 발표했다. 사실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18일 George Q. Daley 하버드 메디컬스쿨 학장이 하버드 의대는 앞으로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이하 USNWR)의 메디컬스쿨 랭킹에 자료를 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 해 11월에는 예일대 로스쿨이 유에스 랭킹에서 빠지겠다는 발표를 했고 직후 스탠포드를 비롯한 10개 이상의 학교들이 그 뒤를 따랐었다. 마치 탈출러시를 보여주는듯 하다.
명문대들은 왜 랭킹을 거부하는가?
히더 거킨 예일대 로스쿨 학장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비율이 높거나 공공 분야에 종사하는 졸업생이 많은 로스쿨은 유에스랭킹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데일리 학장은 하버드 메디컬스쿨 홈페이지의 커뮤니티에 보낸 편지(HMS Withdraws From U.S. News & World Report Rankings) 에서 “US랭킹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순위는 기관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부정확한 데이터를 보고하거나, 더 고귀한 목표보다 순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설정하거나, 순위 기준을 최대화하기 위해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재정 지원을 전환하도록 왜곡된 인센티브를 생성한다. 궁극적으로 특정 학생에 대한 특정 의과대학의 적합성은 너무 복잡하고 미묘하며 개별화되어 방법론에 관계없이 엄격한 순위 목록으로 제공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진학을 위한 자료로 하버드 메디컬스쿨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HMS를 포함한 모든 미국 의과대학에 대한 유사한 세부 정보는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웹사이트의 의과대학 입학 요건(MSAR) 보고서를 참조하라고 조언했다. 이 자료는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은 점수다. 데일리 학장은 US뉴스가 랭킹을 정하는 철학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 “대학 순위는 우리가 의학 교육 과정을 통해 발전시키려는 교육적 탁월함, 졸업생들의 준비 자세, 자비롭고 공정한 환자 돌봄이라는 숭고한 포부를 의미 있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유에스랭킹은 1983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을 돕겠다는 취지로 학교들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이 평가는 검증할 수 없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제출한 자료들과 20%의 비중이나 차지하는 학교명성이라는 주관적이고 모호한 인상평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련 내용 링크)
랭킹은 학교 홍보를 위한 중하위권 학교들의 과열 양상으로 발전하여 높은 랭킹을 위해 부적절한 자료를 고의적으로 제출하는 학교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 부러울 것(?) 없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일원인 컬럼비아대학 마저 추접스러운 일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이어지는 스캔들
지난 해 2월 컬럼비아 수학 교수 마이클 태디어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평가기관에 제출한 통계 자료가 부정확하고 의심스럽거나 매우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부인해오던 컬럼비아대 측은 결국 일부 통계가 오래됐고 부정확하다고 인정했다. 학생수 20명 미만의 수업이 전체의 83%라고 했다가 2021년 가을 학부 기준으로 그 비율이 57%라고 수정한 것이다. 또 전임교원의 100%가 학위 소지자(박사학위만 의미하지 않음) 라고 했다가 이 비율 또한 95.3%로 수정했다. 이어 US뉴스는 컬럼비아대학의 순위를 2위에서 18위로 떨어뜨렸다.
최초에 문제 제기를 한 컬럼비아대학의 태디어스 교수는 이후 NYT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학이 2위든 18위든 교육의 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USNWR의 대학 평가가 조잡하고 의미도 없다”고 했다. 한 대학이 1년 만에 2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면, 이는 전체 순위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도 비판했다.
또 2018년까지 템플대 비즈니스 스쿨 학장을 맡았던 모셰 포래트 학장은 유에스뉴스 MBA 순위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 해 징역 14개월과 25만달러(약 3억여원)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 받기도 했다.
비판적으로 이야기는 하지만 순위가 오르면 은근히 자랑을 하게 되는 것이 랭킹이다. 동네 중소 병원도 벽면에 유에스랭킹 상위에 오른 종합병원이라는 현수막을 내걸 정도다. 유에스랭킹은 기관과 학교의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NYU는 학교 순위에 부정적 영향이 될 것이라는 협박에 굴복해 원로 교수를 해임 하기까지 했다.
학교에 주는 별점?
책과 영화는 물론이고 식당에도 별점을 준다. 아마존에서도 소비자경험은 후기라는 명목으로 5개 만점의 별점을 매기라고 유도한다. 이런 평가는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근거가 되고 판매자에게는 큰 힘이 되는 광고다. 그래서 별점테러도 있고, 후기를 조작하는 일도 많다. 이와 같은 일이 교육 그것도 엘리트교육의 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객관성을 잃은 평가는 가짜뉴스와 구분 할 수 없다. 객관성의 또 다른 얼굴은 투명함이다. 가뜩이나 신입생 선발과정이 베일에 가려진 미국의 대학들이 최소한 자신들이 내놓는 자료들이 진실하고 정확하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런 자극적인 랭킹들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다. 50여년 묵은 적성국 쿠바와 수교하고 이란 핵 협상마저 관철시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대학의 거센 로비에 밀려 대학들의 자료를 공개하겠다던 개혁안이 후퇴되기도 했다.
사실 교육의 질과 효과는 어떻게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을까? 학교들을 일렬로 줄세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의미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논의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