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이 유행하는 미국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0년 미국을 ‘홍역완전퇴치국가’로 인증했었다.
(WHO는 전 세계 홍역관리 강화를 위해 과거 퇴치기준을 ‘인구 100만명 당 1명 미만’에서 ‘자국 내에서 토착화된 홍역환자*가 3년 동안 1명도 없는 경우’로 2013년 홍역퇴치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내 26개 주에서 동시 발생한 홍역은 특히 뉴욕, 워싱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1994년의 963명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월 24일 기준 미국 26개 주에서 발생한 홍역 발병은 940건이며, 이 중 500명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9일에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뉴욕 내 홍역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강제적 백신 접종명령을 내렸다. 강제 접종명령이 내려진 지역에서 백신을 거부하면 최대 1천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은 2006년에 홍역 완전 퇴치를 선언한데 이어 2014년 WHO로부터 퇴치국 인정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15년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다수의 사람들이 디즈니랜드 방문 후 홍역 발병)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면 예방접종을 꼭 해야하는 강화된 학교백신법(SB277)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캘리포니아주 내 상당수 카운티들의 예방접종률은 효과적 집단면역 수치로 알려진 9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카운티의 경우 7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NBC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저조한 접종률은 의사로부터 확인을 받는 경우 접종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또 면제 조치를 해주는 사람 상당수가 실제 아이들을 치료하는 주치의가 아닌 의사들이며, 면제를 위한 서류를 만들어 주는 댓가로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의사들도 많다고 폭로했다. 캘리포니아 이외에 접종거부권을 허용한 주는 18개 주이며, 의료적 이유를 제외하고 예방접종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는 주는 미시시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2곳이다.
백신공포를 확산시키는 가짜 뉴스
다른 치명적 전염성 질병들과 달리 홍역(Measles)은 영유아기 맞는 백신 1회 접종만으로도 95% 이상 예방할 수 있어 의료체계나 일부 저개발국가들을 제외하면 크게 유행할 수 없는 전염병이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된 1968년 이후 다시 홍역 발병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으로 ‘백신 공포증’이 주목 받고 있다.
1998년 영국의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가 란셋(Lancet)이라는 의학 잡지에 연구 논문을 게재하며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MMR’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까지, 란셋은 이 주장에 대한 유효한 증거를 찾지 못한 반면, 웨이크필드가 MMR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변호사에게 66만 5천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출처 :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중보건국 FAQs 내용 중에서)
또 LA카운티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일부 백신에서 방부제로 사용되는 티메로살(thimerosal)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독감 백신에 티메로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01년 부모들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독감 백신 한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든 어린이용 백신에서 티메로살을 없애거나 그 양을 현저히 줄였다고한다.
이렇듯 연구결과는 거짓으로 판명됐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진 백신 괴담은 수정되지 않은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됐다. 이로 인해 일부를 중심으로 백신 거부운동이 일기 시작했고, 유럽의 예방 접종률도 80%대로 떨어지면서 홍역이 다시 유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뉴욕 지역에서 유행하는 홍역 역시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초정통파 유대인 집단거주 구역에선 엄격한 유대교 교리를 따르는 이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미성년자의 경우 10명 가운데 7명이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홍역의 경우 CDC에 따르면 예방 주사를 한 번 맞았을 경우 예방효율이 약 93%, 두 차례 맞았을 경우 약 97%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에 백신이 널리 보급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율은 약 99%에 가깝다고 한다. 모든 약이 그렇듯 100% 안전한 것은 없으며, 개인에 따라 다르게 반응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집단면역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않다. 어쩌면 ‘집단 면역'(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 면역을 가진 개체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의 혜택을 입고 있으면서 자신의 신념 만을 고집하는 것은 부도덕하다. 예방주사 피하지말자.
캘리포니아 학교 입학, 편입시 필요한 예방접종 리스트

Diphtheria (디프테리아), Tetanus(파상풍), Pertussis(백일해) / Polio·OPV or IPV(소아마비) / Hepatitis B(B형 간염) / Measles(홍역), Mumps(볼거리), Rubella(풍진) / Varicella(수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