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과 공립
학부모가 선택 할 수 있는 학교들을 구분하는 기준 중에 가장 큰 분류는 사립과 공립이다.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사립과는 달리 미국의 사립 초중고는 재량권이 훨씬 더 크다. 그도 그럴것이 공립학교들은 그 지역의 재산세가 주된 재원이며 주에 따라 다른 세금들도 추가로 사용되지만 사립에는 세금이 사용 되지 않는다. 부자 동네 공립이 어설픈 사립보다 나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공립은 거주지에 따라 홈스쿨(주소에 따라 배정되는 학교를 이렇게 부른다)이 강제 적용되지만 사립은 학군에 구애되지 않으며 학교마다 다른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선발한다. 교사 채용도 공립은 교사자격증이 필수이지만 사립은 그렇지않다. 좋은 학교일수록 해당 분야의 높은 학위 소지자 교사가 많다. 교사급여도 사립쪽이 높다.
사립학교의 가장 크고 절대적인 장점은 역시 교육환경이다. 교사 한명 당 학생 수부터 시작해서 학교의 시설, 제공되는 교과목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특한 교육 방식 등 공교육보다 품질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입시 결과도 한 몫 한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유명 명문대 진학률이 월등하고, 대대로 명문가부터 신흥 갑부까지 사회 경제적인 조건이 좋은 집안의 자녀들이 많이 재학을 하고 있으니 이른바 소셜 네트워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 한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장점은 아니다. 선택적인 단점으로 작용하는 비싼 학비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사립 학교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표준화 된 테스트에서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점수가 높다고 여겨지지만-공부를 잘하는 것과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므로 다른 글에서 다루겠다.
2006년 Henry Braun, Frank Jenkins, and Wendy Grigg 가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학생들의 배경을 고려한 NCES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의 교육평가 결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NAEP)에서 4 학년과 8 학년을 대상으로 읽기와 수학 분야의 능력을 비교했는데, 테스트 점수에 성별, 인종/민족성, 장애 상태, 영어 학습자 유무를 반영했다.
결과를 보면 원점수는 사립학교 학생들이 더 높았으나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여 조정한 점수에서는 그 차이가 줄어 들었다. 8 학년 읽기에서만 사립학교 학생들이 공립학교 보다 높은 점수였으나 나머지 8학년 수학, 4학년 수학, 읽기는 공립학교 학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거나 비슷했다. 특히 공립학교 4학년 수학은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학교 유형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같은 해 일리노이 대학에서 공립과 사립, 차터스쿨의 수학 점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업 환경을 고려하면 공립학교가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보고했다. 결국 공사립의 차이는 부모의 경제력의 차이이지 사립학교가 애초에 없는 실력을 만들어 주는 신통한 곳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학비
Private School Review의 조사에 따르면 2017-18 전국 사립학교 평균 수업료(일년 단위)는 $9,975이며 사립 초등학교 평균은 $8,918, 사립 고등학교의 수업료 평균은 $13,524다. 주 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비싼 곳은 뉴욕주로 사립학교 수업료 전체 평균이 $28,798다. 캘리포니아 주는 전체 평균이 $13,277이고 고등학교 평균은 $18,480, 초등학교는 $10,533 이다. 종교 관련 사립의 수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참고로 우리 동네에서 나름 알려진 모 사립학교의 연간 학비다.
UCLA의 2018-19 학비와 비교해보자.
룸앤 보드(기숙사비), 보혐료 등을 합산한 가격말고 맨 윗줄의 순수한 수업료만 비교하면….지역의 수수한(?)사립 초중고 수업료가 주립대 보다 더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않다. 동부의 명문 사립 필립엑시터 아카데미의 2019-20 스티커 프라이스 학비는 기숙사 포함 $55,402, 통학시 $43,272 다. 웬만한 사립대 수업료다. LA의 Harvard-Westlake 는 기숙사없이 통학만 있고 학비는 $39,700 (신입생 + $2,000).
학교를 한 두 해 보내고 말것도 아니니 사립 학교 입학을 결정할때 무엇보다 부모의 재정을 고려해야 할것 같다. 학비 이외에 드는 비용, 학교 아이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한 숨은 비용이라든가 때에 따라 지출되는 사교육비도 있으니.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 등 꼭 사립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다양한 학교들이 존재하니 “학교 쇼핑”을 꼼꼼하게 해보는게 좋겠다. 학교에 따라서 재정지원이 가능한 곳도 있다.
경제적인 계획이 완성되었다면 그 다음 학교 커리큘럼을 비롯한 위치, 인종 비율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진짜 일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