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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들 대학 안간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0.1%를 찍은 뒤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간 대학 진학률은 약 15% 감소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부 통계를 분석해서 미국에서 최근 고교를 졸업한 16∼24세 연령층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62%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66.2%보다 4.2%나 떨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아이들이 대학을 왜 안갈까요?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대학을 안가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안나왔다고 큰 불이익이나 수모를 당하는 일도 적고요. 자신이 원하는 삶에 학위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안가도 되는 사회입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일자리가 크게 늘었습니다. 동네 식당들마저 직원이 없어서 쩔쩔매는 지경이었으니 시간당 임금이 돌라가는 것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6달러입니다만 미국 전역에 60곳 이상의 사업장을 보유한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20입니다. 2024년 6월 1일부터는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의료종사직원, 간호조무사, 의료 기술자 및 청소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23달러로 인상되었습니다.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도제식 견습 교육이 필요한 일자리의 임금은 더욱 높습니다. 기계공은 시간당 23.32달러를, 목수는 시간당 24.71달러를 각각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6월 18일 기준, 캘리포니아에서 배관공의 평균 시급은 시간당 28.95달러입니다. ZipRecruiter에서는 최고 $49.35에서 최저 $15.42의 급여를 보고 있지만,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서비스 배관공 급여의 대부분은 $24.42에서 $35.34 사이로 봅니다.미국은 인건비가 정말 너무너무… 입니다. WSJ은 노동자의 고령화와 팬데믹으로 이민자 증가가 주춤해진 것을 고려하면 블루칼라 노동자 수요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엄청난 미국대학 학비

임금이 오르면 상품과 여러 비용이 함께 오르고 물가가 치솟는 악순환인 것이죠. 그러니 대학 학비라고 오르지 않았겠습니까? 대학 안가는 이유 두 번째, 학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입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대학을 제외한 아이비리그 학교들의 2023~2024학년도 학비는 8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8만 달러 이하라는 하버드와 프린스턴도 각각 7만6040달러, 7만6763달러입니다. 브라운대와 다트머스 대학의 학비는 전년보다 5%, 예일대는 4% 증가했는데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10만 달러 학비 시대가 올것 같습니다.

다음은 스탠포드대학이 제시한  2024-25 년도 학비입니다.

Budget Item
2024-2025 Academic Year
Tuition
65,127
Housing and Food
21,315
Student Fees Allowance
2,400
Books and Supplies Allowance
825
Personal Expenses Allowance
3,225
Travel
Varies
Total
$92,892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학비의 개념입니다. 수업료와 기숙사(식비 포함) 외에도 학교에서 임의로 정한 항목들이 있습니다. 용돈, 책값, 여행비 등등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렇게 공공에 발표된 금액을 스티커프라이스 라고 합니다만  '정가제'의 금액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아이비리그와 유명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합니다. 가정의 소득을 기준으로 파이낸셜 에이드가 지급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같은 금액의 등록금을 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티커 프라이스 자체가 어마무시 해서 지레 겁먹는 효과를 냅니다. 예상 보다 비싼 제품 가격표(sticker)를 보고 소비자가 받는 충격(shock)을 의미하는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 교육계에는 써머멜트(Summer Melt) 현상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미국 대학 진학과정은 합격한 여러 학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등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학비를 납부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 후 가을에 대학에 성공적으로 진학하지 못한 학생을 '서머 멜트 학생'이라고 합니다. 하버드대학의 교육정책연구소는 저소득층 학생의 10~40%가 이 섬머멜트 학생들이라고 하면서 대책을 강조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저소특층 학생들은 돈만 없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에서 심리적인 지원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하는 서류들도 있는데 이런 도움을 받지못하면 학교에서 주는 재정지원조차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여름방학동안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보면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미국 언론 블룸버그는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의 학사 학위는 전공에 따라 소득의 차이를 보이므로 명문대 인기 전공에 대한 수요가 둔화할 조짐은 없을 것이라고 매우 긍정적으로전망하기도 합니다. 투자 대비 수익을 따지는 이런 논리에 따라 (이미 그렇습니다만) 몇몇 인기 학과만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미국 대학에서도 선호하는 전공의 양극화 현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료들을 보면서 치솟는 물가, 고공행진 하는 학비로 힘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에 가지않아도  살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 이 나라의 장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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